슬더스2가 나오긴 했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이거 샀다 확실히 근본 덱빌딩 갓겜은 다르긴하다
덱빌더라면서 '덱을 빌드하려 하지 마라' 는 금언이 나오는 게임이 있다? 장르의 선구자이자 스탠다드라는데, 정체성 파악이 어렵습니다. 덱빌딩 로그라이크냐 로그라이크 덱빌더냐, 덱빌딩을 하기위해 로그라이크를 하는거냐 로그라이크를 하기위해 덱빌딩을 하는거냐,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 게임은 '로그라이크인데 전투가 카드 배틀인' 게임으로 보여요. 이 게임을 수식하는 말 중에서 덱빌딩 덱빌더 같은 표현은 빠지고 카드 전략 혹은 카드 배틀이 들어가는게 온당해 보입니다. 덱빌더라는데 정작 왜 덱빌딩 게임이 아닌가? 우선 이게임은 시드 넘버에 거의 모든게 달려있어서 플레이어의 의도가 거기에 휘둘리게 됩니다. 또 게임의 구조 역시 원하는 덱을 구성하는것이 힘들게 되어있습니다. 3+1막의 여정 속에서 원하는 카드를 얻고 필요없는 카드를 버리고 필요한 유물을 얻기위한 기회가 그리 넉넉하지가 않아요. 그 기회를 모두 잡는다 한들 애초에 시드 넘버가 점지해준 카드 풀을 극복할 수 있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처럼 메타피처가 있어서 카드에 필터링을 하거나 확률을 보정하거나 할 수 있는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결국 플레이어는 취향이나 의도는 뒤로하고 로그라이크 진도를 나가기 위해 나사빠진 덱으로 꾸역꾸역 자신이 바라던 스타일과는 무관한 전투를 해나가야 하죠. 이것이 이제 앞서 말한 '덱을 빌드하려 하지 마라' 는 금언이 적중하는 지점입니다. 플레이 하는 과정 내내 당신은 난삽하고 재미도 없는 카드 구성을 들고 내 마음에 들지도 않는 스타일로 카드 배틀을 해나가야 합니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는 내 덱에 대한 통제감을 느끼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운좋게 시드 넘버 잘 받아서 얼추 내가 원하는 덱을 지난한 과정 끝에 구색을 맞춰 게임을 진행한 끝에 남는것은 그럼 무엇인가요? 덱을 완성하기 쉽지도 않은데 그 완성된 덱은 그냥 거기서 휘발됩니다. 통상의 트레이딩 카드는 실물 카드로 구성된 덱을 수집하고 완성하는 물질적 재미라도 주는데 이 게임은 그것도 아니죠. 게임하는 내내 나사빠진 덱 가지고 힘들게 등반했더니 돌아오는 보상은 덱의 증발입니다. 이런 게임에 덱빌더 라는 명칭이 붙는게 맞을까요? 결국 포커를 길게 로그라이크 형태로 늘여놓은 게임성을 가졌으면서 정작 그렇게 늘여놓은 만큼의 재미를 주는가? 글쎄요 포커는 이기면 판돈이라도 쓸어담지 이 게임은 남는게 없는데요. 대신 미시적 부분에서 카드 배틀이 주는 재미는 있습니다. 0코스트짜리 카드를 스패밍 하면서 나만 공격하는 재미라던가, 기본적인 대미지와 실드가 5-8 정도의 수치를 가지는 게임에서 소위 '사기를 처서' 실드를 100 쌓고 실드만큼의 한방딜을 꽂아버린다던가, 독 중첩을 200 스택 쌓고 쿨하게 턴을 넘겨 죽인다거나 하는 재미가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그런 재미를 쉽게 느낄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덱을 완성해 나가는 재미' 가 아니라, '카드를 필드에 던지는 행위' 자체 조차 즐거워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소구력을 가지는 게임입니다. 혹은 수단이 무엇이건 간에 그저 로그라이크가 좋은 사람이라거나. 랜덤성에 너무 의존한다, 고생에 비해 보상이 적게 느껴진다는 지적은 영어권 리뷰에서도 종종 보이는 내용입니다. 저는 거기에 더해서 그러면 이 게임이 장르적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는거구요. 덱빌더라는 명칭과 내용이 불일치한다, 그리고 로그라이크와 카드 배틀이라는 두 메카닉스를 합처서 잘 돌아간다고 해서 그것이 더 큰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한국인 게이머라면 잘 아시겠지만 그 악명높은 리니지도 게임의 메카닉스는 있고 잘 돌아가기까지 합니다. 수천만에서 수억원을 들이부을수 있는 과금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천만의 몹을 잡는 그라인딩과, 그 끝에 건달놀이와 합쳐진 대규모 세력전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죠. 그렇게 메카닉스 잘 엮어서 잘 돌아간다고 리니지가 좋은 평가를 받나요? 슬더스로 돌아와서, 로그라이크와 카드 게임 합쳐서 결국 길게 늘여진 포커를 만들었다면, 그것이 잘 굴러간다고 해서 포커보다는 재미가 있느냐는 물음을 마주하게 되는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것입니다.